‘AI만 10년’…구글이 이제서야 AI 챗봇을 공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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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만 10년’…구글이 이제서야 AI 챗봇을 공개한 이유
요즘 기술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아마도 ‘챗GPT(Chat GPT)’일 겁니다. 챗GPT는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으로,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학습해 대화체로 답변을 제공해요. 지난해 11월 공개된 챗GPT는 최근까지도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챗GPT를 써본 사용자들은 생각 이상으로 똑똑하다는 반응을 내놨어요. 코딩 문제부터 논문 작성까지 못하는 게 없거든요. 심지어 저녁 메뉴를 추천해준다거나, 각종 고민을 해결해주기도 하죠. 챗GPT의 부상에 가장 위협을 느낀 건 구글이었습니다. 지난달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3%였어요. 사실상 검색 시장을 독점했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런데, 챗GPT가 검색의 판도를 바꿔놓을 기술로 부상하면서 구글도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검색 위협한다는 챗GPT에…분주해진 구글 내부 구글 검색은 찾으려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수많은 웹사이트 링크를 표시해줍니다. 이용자는 자신이 찾으려는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수많은 링크를 탐방해야 해요. 반면, 챗GPT는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취합해서 대화체로 답변을 제공합니다. 이용자가 링크를 탐방하는 과정을 AI가 대신해주는 셈이죠. 그래서 챗GPT는 검색 과정을 간소화한다는 평가를 받아요. 챗GPT를 본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Independent)는 ‘구글은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이 나타나면 오래된 기술은 자리를 내주는 광경을 우리는 목격해왔어요. 야후를 무너뜨리고 검색 포털 1위로 등극한 구글도 일찍이 경험한 일입니다. 구글 검색을 대신하는 기술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구글 광고 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구글 내부는 분주해졌습니다. 회사는 심각한 위기 경고를 뜻하는 ‘코드 레드(Code Red)’를 선포하고 AI 대응 전략을 세워나갔어요. 구글답지 않은 ‘성급함’…바드 공개에 비판 이어져 이후 지난 2월 6일(현지 시간), 구글은 챗GPT에 대항할 AI 챗봇 ‘바드(Bard)’를 내놨습니다. 바드는 초대형 언어 모델인 ‘람다(LaMDA)’를 기반으로 만들었어요. 지난 8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바드 기능을 시연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구글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 자료에서 바드가 오답을 내놓는 모습이 담긴 건데요. 이후 회사의 주가는 9% 하락했습니다. 이에 바드 발표가 조금은 성급한 게 아니었냐는 비난이 쏟아졌어요. 한 직원은 구글 내부 커뮤니케이션 사이트인 ‘밈젠(Memegen)’에 바드 출시는 성급했고,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제발 장기적인 관점으로 돌아가라”고 덧붙였죠. 10년 동안 AI에 전념했지만…구글이 신중했던 이유 사실 이번처럼 바드를 공개한 건 평소 구글답지 않은 모습이긴 합니다. 그동안 회사는 AI 제품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에 신중했거든요. 구글은 지난 2014년 AI 연구소 딥마인 드(DeepMind)를 인수한 후, 관련 제품을 개발해왔습니다. 사실상 이 분야 선두 주자로 꼽혔는데요. 거의 10년 동안 AI를 파왔지만, 일반 대중이 이용하는 제품을 내놓는 건 항상 조심스러운 태도였죠. 지난달 27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구글 엔지니어들은 수년 전부터 AI 챗봇을 검색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오픈AI보다 훨씬 더 먼저 AI 챗봇을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회사가 AI 제품 공개를 주저한 건 AI가 여전히 오류가 많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아직 제품화하기에 충분치 않았던 거죠. 실제로 지난 13일, 존 헤네시(John Hennessy) 구글 알파벳 회장은 CNBC에 “AI가 여전히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챗봇 출시가 더뎠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AI 제품을 공개했을 때 회사 평판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했습니다. ‘구글이 달라졌다’…신중했던 태도 버리고 챗봇을 공개한 이유 이랬던 구글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건 챗GPT의 엄청난 파급력 때문입니다. 오픈AI는 챗GPT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데모 버전으로 공개했는데요. 공개한 지 2달 만에 월간활성사용자(MAU) 수가 1억 명을 돌파하며 영향력을 과시했죠. 뜨거운 관심은 물론 챗GPT에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은 고스란히 학습 데이터가 돼 적절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러니 구글로선 핵심 비즈니스의 위협을 받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구글의 윤리적 AI 팀을 이끌었던 팀니트 게브루(Timnit Gebru)는 워싱턴 포스트에 그동안은 구글이 AI 제품 공개로 인한 리스크를 감수할 정도의 이득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는 AI 제품을 공개했을 때,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했던 거예요. 하지만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상황이 달라진 겁니다. 바로 지금이 AI 제품 공개로 인한 리스크를 감수할 때라고 판단한 거죠. 챗봇에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제품 공개 시 발생하는 리스크보다 더 큰 손해라고 본 셈입니다. 게다가 구글은 오랜 시간 AI 제품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AI 엔지니어를 양성했습니다. 그중 상당 수는 구글을 떠나 AI 스타트업을 세웠는데요. 일부는 챗GPT 개발사 오픈AI로 옮겨갔습니다. 지난 8일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는 오픈AI가 챗GPT와 같은 생성 AI를 개발하는 데 적어도 12명 이상의 구글 출신 엔지니어를 고용했다고 보도했어요. 이 중 5명은 챗GPT 출시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죠. 분명 구글에 뼈아픈 일일 겁니다. 챗GPT가 급부상했을 때 구글에서 연구 과학자로 일했던 데이비드 하(David Ha)는 구글의 AI 제품 출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구글이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AI 엔지니어를 양성해 다른 회사에 기술을 배포한 회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죠. 구글도 죽 쒀서 개 주는 꼴은 면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챗GPT와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려야 했어요. 설령 AI 제품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더는 관전자로 있을 순 없던 거죠. 결국 처음부터 완벽한 AI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구글의 욕심은 대중에게 엄청난 인기를 끈 챗GPT의 등장에 무너지고 만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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